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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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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GG

                                                            윗 사진  Prunella_vulgaris_

                                                아래 사진 Long Beach Museum of Art의 뜰 ....................................................................................................................................................


1.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던 뜰.

    잿빛 하늘에 비가 간간이 뿌려대는 프리웨이를 앞 차를 쫓아 열심히 따라 달린다.
    하얀색 밴, 홍연권사님 차다.
    매주 금요 QT모임을 하고 점심을 먹곤 하지만 오늘은 특별 외식이다.
    홍장로님이 쏘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끔 가 보았던 롱비치의 작은 골목에 서있는 빨간 벽돌집
    앞에 차가 선다.
    LONG BEACH ART MUSEUM CENTER 와, 같이 겸해서 운영되는 듯한 레스토랑이 바다가 보이는
    작은 뜰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있다.
    음,,, 딱 내 취향이야.
    장로님은 벌써 와 계셔서 뜰이 보이는 작은 창을 뒤로 하고 앉아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짙은 나무색의 레스토랑이 비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나무 바닥과 바깥에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듯한 분수가
    빗소리에 파묻혀 들리지는 않았지만 긴 관들을 어지럽게 꼬아 만든듯한 것이 우리의 인생인것도
    같이 보여 맘에 들었다.
    더욱 맘에 들었던건 역시나 배고픈 우릴 즐겁게 해 준 음식들. 홍권사님의 탁월한 선택이
    우리의 배를 만족케 해주었다.
    식사를 하며 두 분이 이 곳을 알게된 연유를 듣게 되었다. 내심 궁금하던 일이기도 했지만
    왠일인지 우울한 날씨에 걸맞는 이야기가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제  그 긴 이야기를 짧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풀어보려 한다.

2. 그 뜰 너머의 시간들

    대기업 간부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 분도 술과 업무를 함께 하고 살았던 한국 생활이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에게 직접 술을 가르쳐 준 것도 바로 그 사람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자신의 인생을 , 아니 아내와 온 가족을 옭아맬 일이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의 아내는 술과 만났고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그녀의 깊은 중독의 인자와의 오래
    고 아픈 싸움이 시작되었다. 미국에 와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그 사람은 툭하면 사라지는 아
    내를 집에 놔둘수 없어 늘 같이 출근을 하여야만 했다. 손님과 잠깐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아내는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은 아내를 잡으러 뛰쳐 나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내 인생이여 어디로 도망가느냐?
    왜 내 손에 잡혀주지 않고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느냐....' 하지 않았을까,,,
    때로는 길거리에서, 때로는 옷이 벗겨진 줄도 모른채 감옥안에 널부러져 있던 아내를 데리고 돌
    아올 수 밖에 없을 때 많은 친구들이 그에게 이혼을 종용했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아내를 데리고 홍장로님과 만나게 된 날.
    난 그것이 그의 인생에서 잡고 싶었던 마지막 지푸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만남이 된 후 그 아내는 바로 이 레스토랑 건너편에 있는 아담하고 이쁜 회복기관에
    입소하게 된다. 그 다음은 지푸라기를 기적으로 만드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승리다.
    그 뜰을 눈여겨 본 건 엄마를 보러왔던 고등학생 아들이었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할 수 밖에
    없었던 엄마가 갇혀 있던(?) 그 곳에 보러 왔다가 그 이쁜 뜰을 본 것이었다.
    '엄마가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 한다면 난 이 뜰을 꼭 기억하리라. 내 인생도 이 뜰에서
    시작하리라. '
    그 이 후 어느 아름다운 날. 모든 사람들이 그 뜰에 모였다. 그 날도 바람은 불었다.
    하지만 은혜와 사랑의 바람이었다. 장성한 그 아들이 아리따운 아가씨와 평생을 약속한 감격의
    장소가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목숨을, 더불어 자기네들의 인생을 살려주신 하나님과
    장로님에 대한 감사와 눈물이 그 뜰에 수없이 떨어진 날이였을 것이다.
    아내를 기다려준 그 사람, 자기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을 끝내고 중독의 발목을 잘라낸 그 아내가
    이제 그 아들과 며느리 앞에 당당히 서있다.

3.약속과 사랑의 뜰

    성질 급하기로 둘째가기가 서러운 나는 그 다음날 당장에 남편을 데리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엔 해도 잿빛 구름도 그대로였다.
    그 뜰이 보이는 창가 옆에 앉아 그 감격스러운 이야기를 다시 풀어냈다.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그 아내를 믿어주고 기다려준 그 남자의 사랑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그 아내의 몸부림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그 아들의 지고한 마음이,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그동안의 힘듦과
    외로움을 씻어 버리며 곁에 앉은 권사님의 손을 잡았을 장로님의 감격이, 권사님의 사랑이
    한꺼번에 나를 찾아와 목을 메게 한다.
    남편과 그 뜰을 잠깐 거닐었다.
    이름모를 이쁜 꽃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문득 본적도 없는 꽃 이름 하나가 생각난다.
    "PRUNELLA"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꽃말의 꽃.
    문득 그 뜰 어디엔가 그 꽃이 피어 있을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이리저리 고개를 둘러본다.
    남편이 부른다. 사랑하는 남편이 저기 서있다.
    우린 어떤 약속과 사랑으로 이 뜰에 다시 설 것인가??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서둘러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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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연 09-01-30 16:08답변

집사님,

그날 뒤에서 쫓아오시느라 힘드셨죠?
저는 뒤에서 누가 날 따라온다는 것도 잊은채 마구 달렸답니다. Direction 드렸으니까 하구요.
한참을 가다가 집사님 차가 안보인다고 하니까
옆에서 조 집사님이 걱정말라고 어디라도 찾아올 사람이라고.....
그러다보니 정말 집사님 차가 바로 뒤에.... (ㅎㅎ)

                                  ♡ ♡ ♡ ♡ ♡ ♡ ♡ ♡

한번 들은 이야기를 이렇게 멋진 글로 옮기어 놓을 수 있다니.....
장로님이 우리 길갈 WRITER로 임명하신데요.
참 이상한건 집사님의 글을 읽는데 또 눈물이 고여오네요.
우리들 가운데 이런 승리의 삶들이 계속 계속 이어져 갈 것을 확신하는 것과 함께!!!

                                  ♡ ♡ ♡ ♡ ♡ ♡ ♡ ♡

"PRUNELLA"

본적도 없다는 꽃 사진 올렸습니다.
한국에서는 꿀풀이라고 그런대요. 산에 들에 여기저기 모여서 꽃을 피우나 봅니다.
한약재로도 쓰인답니다.
집사님은 참, 본적도 없는 꽃의 꽃 말까지 기억을 히시는지 그것도 감격!!!!
좀전에 더 찾아보니까 잡초인데 서양에서도 오래동안 체내외부의 상처 치유제로 쓰여 왔다는데요.
아무데나 잘 자라는 common weed인데 약초라는것이 더 마음에 드는 꽃입니다.

                                  ♡ ♡ ♡ ♡ ♡ ♡ ♡ ♡

그리고 그날 장로님이 퀴즈로 낸 문제는 푸셨는지 궁금해하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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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09-02-04 10:03답변 

...일케 긴 댓글을 달아 주시다니...^^;;

다시 읽어봐도 정말 감동적인 글,,,,,,솜씨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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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09-02-05 18:49답변 

댓글이 긴건 댓글의 줄 간격이 본문의 것보다 넓기 때문아닌가?
솔찍히 지가 좀 댓글을 길게달곤하져? 나이가 늘면 잔소리도.....

퀴즈에 대한 GG님과 조집사님의 첫번째 답은 틀렸슈.
힌트를 잘 기억해보세요. 좀 참을 성이 필요한 것 같은데... (이것도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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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연 09-04-10 00:24답변 

위의 뜰 사진은 어제 딸아이와 같이가서 찍어온 것인데 해는 났었지만
결혼식 하던 날보다 엄청난 강풍이 불어 야자수가 다 흔들렸어도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몇주 전 퀴즈의 답을 맞히신 조집사님께는 아주 작지만 상이 전달되었습니다.
문제는 장로님이 20여년전 좋아하는 곡을 모아논 tape에서
당신 장례식에 불러주었으면 하는 곡을 알아 맞히는 것이었는데
답은 뒷면 마지막 곡인 늘 노래의 "이 세상일 언젠가 끝나리라"었습니다.

GG 님께선 다른곡으로 바꾸시는 것을 추천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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