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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1년 10월 7일 [한인 단주클럽 'AA'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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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단주클럽 'AA' 현장을 가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 남들 앞 고백…모임 시작[LA중앙일보] <부소현 기자>

미국에서도 한인들의 음주운전은 큰 사회문제다. 음주운전에 적발되거나 음주관련 사고와 연루되면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Alcoholics Anonymous)라 불리는 알코올 중독자 치료모임에 참석해야 하는데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한인이 늘면서 한국어로 진행되는 치료모임도 생기게 됐다.
LA한인타운에 있는 알코올 중독자 치료모임에 참석해봤다.

지난 15일 오후 8시.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윌셔감리교회 건물. 날이 어두워지자 한 두명씩 허름한 출입구를 따라 난 통로를 향했다.
커피향이 그윽한 친목실에 모인 사람들은 13명. LA한인사회 유일한 알코올 중독자 치료모임인 AA 참석자들이다.

AA는 참석자들의 기부로 운영된다. 1달러 2달러씩 정성을 보탠다.
한국과 같이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AA모임은 무척 거북하다.
처음 만나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하면서 체면 따위는 내려놓아야 한다.

"중독자 김 입니다."

모임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름은 밝히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자신을 소개할 땐 반드시 '중독자'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야 한다.
그 다음 모임에 오게된 이유를 설명한다. 대부분이 음주운전이다.
"지난 25년 동안 무려 12번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습니다."

A씨는 음주운전 때문에 감옥도 몇번 들락거렸다고 한다. 생활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B씨도 음주운전 경력자다.

"술 한 잔 걸치고 프리웨이를 달리다 왼쪽 깜빡이를 계속 켜놓고 레인 체인지를 하지 않아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시인'하는 단계가 지나면 술을 끊는 방법들을 낭독한다.
참석자 중 한 명이 12가지 단계를 차례로 읽어 내려갔다. 분위기가 엄숙해진다.
자신의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때문에 억지로 온 AA모임에선 술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엄청난 불행을 간접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
자신보다 훨씬 깊은 중독의 늪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경험이 예방주사 역할을 한다.

자동차 출장수리를 하는 C씨는 2번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2년 동안 운전을 할 수 없어 출장을 다닐 수가 없습니다. 생활이 어렵게 됐지요.
한 번 더 걸리면 10년 동안 운전을 못 합니다. 인생이 망가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자신을 중독자로 시인하고 술로 인한 경험을 나누고 치료의 시간을 가진 AA모임은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AA모임은 음주 운전자들에게 가능한 불편한 기억을 남겨준다.
 이런 경험을 하면 감히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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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5시. LA한인타운에 위치한 '감사의 집'. LA한인사회 유일의 알코올 중독자 회복 시설이다.
AA모임이 초보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감사의 집은 중독이 심각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금녀의 구역'으로 한인 남성 10명이 살고 있다.

마침 저녁식사 준비시간이다.  당번을 맡아 순번제로 식사를 준비한다.
감사의 집 관계자는 "오늘은 Y씨가 한턱 쏘는 날"이라고 알려줬다.

석달 전 알코올 중독자로 감사의 집을 찾았던 Y씨는 재활 프로그램을 거쳐 새 직장을 얻었다.
내일 첫 출근을 한다.

감사의 집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매일 전쟁의 연속이다.
술과 마약 도박 등으로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찾은 곳이기 때문이다.
매분 매 초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규율도 엄격하다.  대신 함께 있는 사람들이 '힘'이 된다.
서로의 경험과 후회를 공유하며 재활 의지를 다진다.

Y씨는 "그동안 받은 것을 보답하고자 특별식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감사의 집 사람들에게 Y씨는 희망의 증거다. 그동안 100여 명이 감사의 집을 거쳐갔다.
이 중에는 회복 후 다시 중독에 빠져들어 몇 번씩 찾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회복됐고 새 삶을 얻었다.


감사의 집을 설립한 홍종철 회장은 "중독자이면서 이를 시인하지도 않은 채
술에 빠져 자신을 잃고 살든지 아니면 회복을 위해 밖으로 나와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찾든지의 선택은 개인의 몫"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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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치유>

길갈미션 모임 : 매주 화요일 오후 7:30분.  LA한인침례교회 (975 S. Berendo St. LA)

AA 모임 :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LA윌셔감리교회(4350 Wilshire Blvd LA)

▶문의 :(562)900-5014

알콜중독 자가진단표

(존스 홉킨스 대학)



1.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가?
2. 술로 인해 가정생활이 불행해졌는가?
3. 대인 관계에 있어서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술을 마시는가?
4. 술로 인해 명예에 손상을 입었나?
5. 음주 후 후회한 적이 있나?
6. 음주 결과로 경제적 곤란을 받았나?
7.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같이 술을 마시면 우월감을 느끼는가?
8. 술 때문에 가정생활을 소홀히 하는가?
9. 술을 시작한 후 의욕이 줄어들었는가?
10. 매일 어느 특정한 시간에 한 잔 생각이 간절한가?
11. 해장술을 꼭 해야 하는가?
12. 술 때문에 잠을 잘 못자는가?
13. 술 때문에 능률이 떨어졌는가?
14. 술 때문에 직장이나 사업에 지장이 있는가?
15. 걱정거리나 문제를 잊기 위해 술을 먹는가?
16. 혼자서도 술을 먹는가?
17. 음주 결과로 기억을 상실한 적이 있는가?
18. 술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가?
19. 자신감을 갖기 위해 한 잔 하는가?
20. 술 때문에 병원, 요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가?

(* 최근 6개월간 위 항목중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알코올 중독 가능성 높음.)

◇AA 모임이란=AA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을 줄인 말이다.
AA 모임은 1935년 두 알코올 중독자에 의해 시작됐다.
중증의 알코올 중독을 겪었던 빌 W 와 보브 박사는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단 두 명으로 시작된 모임은 급속도로 확산돼 현재 전세계로 퍼져있다.
1939년 AA를 통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100명의 멤버의 사례를 엮은 책(Alcoholics Anonymous)은
일명 '빅북(Big Book)'이라 불리며 세계 158개국에서 250만 명 이상의 알코올 중독자가 회복되는데 도움을 줬다.
미국정부는 음주운전 등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경우 AA참석을 의무화하고 있다.
AA는 특정한 종교나 종파와 연결돼 있지 않으며 정직하게 술을 끊겠다는 열망만 있다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AA 모임 장소와 일정은 AA 사이트 www.aa.or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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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관리자님의 댓글

  • 관리자
  • 작성일
한, 두번 참관한 기자가 쓰신 것이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과는 다른 것들도 있지만,
이 기사를 보고 누군가가 회복을 시작 할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입니다.
6년전 천 집사님이 미주 복음방송을 듣고 길갈에 처음 참석하셨던 것 처럼!

그리고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리 화요모임이 지난 4월 마가교회로 옮길때와 같이
이번 로스안젤레스 침례교회로 옮기는 것과 때를 마추어서 신문에 기사가 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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